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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멜로 or 드라마

어른들의 잔혹동화같은 영화 "소공녀" / 진정한 미니멀라이프

by 드영 2020.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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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이 영화는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솜, 안재홍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각각 '미소'와 '한솔' 역으로 둘은 연인관계입니다. 너무나도 높고 힘든 현실의 벽 앞에 이 커플은 하루 일해서 하루를 살아갑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생활 속 둘은 서로의 안식처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줍니다. 웹툰 작가를 지망하는 한솔은 녹록지 않은 현실 속 자신이 못나서 여자 친구가 떠돌이 생활을 하게 한다며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소는 살아가는 이유이자 유일한 희망의 존재가 한솔이기에 미소는 언제나 한솔을 위로하고 다독여줍니다. 미소는 이제 3년 차에 접어든 정말 일을 잘하는 가정도우미입니다. 미소는 언제나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사랑하는 남자 친구인 한솔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소는 하루의 마지막을 위스키 한 잔으로 끝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보는 내내 술을 못마시는 데도 정말 마셔보고 싶을 정도로 하루의 끝에 술이 주는 그 맛과 알코올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지기도 할 정도로 뭔가 현실감이 있던 장면이었습니다. 미소는 항상 가계부 정리를 합니다. 매우 간단한 미소의 가계부에는 먹지 않으면 새하얘지는 머리 때문에 매일 먹는 한약 값과 담배, 월세, 위스키 등의 고정 지출이 쓰여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삶이 어려워지자 지출하는 내역 중 무언가를 빼려고 합니다. 그런데 미소는 위스키를 지우려다가 월세를 지워버리고 맙니다. 좀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어떻게 월세를 지울까 싶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가 진정 시작됩니다. 

 

그렇게 미소는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짐을 이고 지고 다니면서 예전 대학의 밴드 멤버들을 하나씩 찾아가서 재워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공손하게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미소의 모습은 처량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힘든 시간 속에서도 자신이 당당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친구들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크고 좋은 회사에 다니는 문영은 다짜고짜 "내가 예민해서 누구랑 못 자"라고 이야기하며 단칼에 거절을 합니다. 또 다시 미소는 다른 멤버를 향해 짐을 바리바리 들고 떠나기 시작합니다. 다음은 미소를 너무나도 반갑게 맞이해 준 현정이었습니다. 현정은 미소만큼이나 어려운 형편으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현정은 너무나 밝게 반가워했지만 가족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누가 누굴 돕냐는 식의 가족들의 언성을 들은 미소는 그날 밤, 현정과 과거를 추억하며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밑반찬 몇 가지와 쪽지를 남기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다음은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대용의 집입니다. 대용은 큰 집에서 살고 싶다던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무리해서 좋은 집에 들어왔지만 이혼 위기에 처해있고, 앞으로 20년은 더 월급을 죄다 집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여자 공포증과 우울증이 생긴 모습이었습니다. 한솔은 아무리 외관만 남자인 지인 이래도 남자가 있는 집에서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고, 고민하던 미소는 쓰레기로 가득하고 피폐하게 변해버린 집안을 모두 청소하고 마지막으로 대용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 몇 번씩 청소해주고 밥해줄 테니 힘내라고 하며 이 집을 떠납니다. 

 

중간에 미소와 한솔은 나란히 헌혈을 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너무나도 도란도란 귀여운 커플의 모습이지만 대화하는 내용이 어딘가 너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숙연해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솔은 본인이 기숙사에 살아서 여자 친구인 미소가 떠돌아다닌다며 자신을 비관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미소는 그런 한솔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돈이 없어도 둘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게 딱 이런 경우인가 싶었던 장면이었습니다. 

 

미소는 그렇게 나이가 많은, 노총각의 록이를 찾아갑니다. 노총각인 록이의 집에 젊은 여자가 온다고 하니, 그의 부모님은 엄청난 기대를 보이며 미소에게 매우 불쾌하고도 무서울 정도의 집착을 보여줍니다. 록이  역시 미소에게 결혼해서 너는 집 생기고 나는 효도하고,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어떻겠냐고 합니다. 남자 친구가 있고 그럴 생각이 없다며 나가려는 미소를 가까스로 잡은 록이는 알겠다며 잠이나 자자고 합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는데, 미소는 그제야 모든 게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갇혀버린 집에서 탈출 아닌 탈출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소가 향한 곳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은 정미의 집이었습니다. 정미는 미소에게 너무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며 흔쾌히 편하게 지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미와 정미의 남편, 미소가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예전 밴드부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과거를 들킬까 조마조마해 하던 정미는 남편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걸 보고 따라나서는 미소를 보며 마음을 꼬아버립니다. 정미는 미소에게 다시 상처를 주게 되고, 미소는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됩니다.

 

미소에게 전부라던 한솔은 갑자기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돈을 모으고 빚을 갚아 너와 살 집을 구해오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소는 끝까지 싫어했지만 한솔은 그렇게 떠나버립니다. 본인을 위해 돈을 벌겠다는 남자친구에게 배신자라며 힘들어합니다. 그렇게 위스키 한잔을 하러 간 미소에게 직원은 위스키 값이 2천 원 올랐다고 이야기합니다. 

내 지갑의 돈은 줄어만 가는데 세상 물가는 오르고, 잘사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돈이 돈을 부르는 삶을 사는데 일반 서민들의 삶은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인 그런 현실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미소가 위스키를 마시며 창밖의 눈내리는 풍경을 보는 그때, 밴드부 친구들은 모두 미소가 두고 간 편지와 과거 사진들을 보며 추억에 잠기고, 이내 장면은 록이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모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두 반갑게 서로를 맞이하는데 친구들은 미소의 안부를 묻다가 휴대폰이 끊긴 것 같다고 추측하며 미소에 대한 생각과 고마움을 이야기하고,  화면은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밖의 풍경을 찍은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머리가 하얗게 샌 여성이 청소하는 뒷모습이 등장하고, 어느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과 계산하고 일어서는 여성이 보여집니다. 한강 앞의 정말 좋은 아파트들이 비치고, 대뜸 한 텐트가 보이고 영화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충격적이고도 눈물이 났던 영화였습니다. 또, 어떻게든 내 인생을 꼭 잘 꾸려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소의 인생도 너무나 멋지고 찬란했지만 그녀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던 게 솔직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은 너무 신선하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아파트들의 모습이 보이길래, 미소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던 상황이었는데 대뜸 보인 건 작은 텐트였고 그렇게 텐트만을 비춰주고 영화가 끝이 나니, 참 영화가 현실적이면서도 슬프고 전반적으로 잔잔하지만 가볍지는 않으며 따뜻하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춥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예전에 엄마께서 집을 사지 못했던 때에 집에 오면서 보던 높디 높은 아파트와 수많은 집들을 보면서 아파트, 집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내 집은 하나도 없을까 싶었다던 엄마의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되고, 또 슬퍼지던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가 너무 감성적이고 현실적이었던 영화여서 좋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영화 한 편 봐야지- 했다면 이 영화, 소공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생각도 많았고 큰 사건이나 분쟁이 없어 보기 불편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영화 감상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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